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하루에 한번쯤은 거울 앞에 서서 면도를 하게 된다. 지금은 전기면도기가 그 편리함 때문에 보편화된
추세이지만, 깔끔한 면도를 원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T자형 습식 면도기를 고집하고 있다. 사실 습식 면도기는 전기면도기에
비해 사용이 불편하고, 또 면도를 하는 도중 얼굴에 상처를 낼 수 있다는 단점 때문에 시장 성장률이 그리 높은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남성들도 미용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전기면도기로는 만족할 수 없는 밀착되고 깔끔한 면도를 원하는
남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습식 면도기는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지형을 구축하고 있다.
진화한 형태의 M3 파워
이번에 질레트가 신제품으로 출시한 M3파워는 기존 제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기존의 T자형 면도기 시장은
2중 날에서 3중 날 그리고 4중 날로 발전하며 경쟁을 벌여 왔다. 그러나 M3파워는 면도날의 전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영역의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즉 손잡이에 모터, 스위치 그리고 배터리를 장착하여 전원을 켜는 순간 미세진동이
발생하게 한 것이다. 습식 면도기에 미세 진동 기능을 추가시킨 M3 파워는 분명 습식 면도기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 전략으로 시장 공략
질레트의 M3파워는 국제적 브랜드이다. 어느 한 지역의 소비자만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성인 남성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이처럼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할 때 표준화 전략(standardization strategy)을 전개할
것인지 아니면 현지화 전략(localization strategy)을 전개할 것인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전략을 선택할 지는 제품의 특성, 마케팅 목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 네이밍이나 광고전략 측면에서 M3파워는 표준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세계의 모든 성인 남성들이 동일한 이유와
목적으로 면도를 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표준화 전략은 일단 브랜드 이미지 통일 및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본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얼굴에 털이 많은 서구 남성들과 털이 적은 한국 남성들의 면도 습관이나 동기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점도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광고에서는 제품 특성 잘 살려
지난 3월부터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M3파워 광고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모델로 등장한다. 베컴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동시에 카리스마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섹슈얼 아이콘의 대명사로 모델 전략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광고 크리에이티브 면에서도 M3파워의 제품 컨셉이라고 할 수 있는 미세진동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표준화 전략을 선택해 서구 사람들보다는 털이 적은 한국 성인 남성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또한 이 광고는 면도기 광고로서의 이미지는 강하게 남길 수 있으나 마하3, 마하3터보
등 기존 제품 광고 등과는 두르러진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자기잠식 효과’도 고민해야
질레트는 마하3, 마하3터보, M3파워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빠른 속도로 내놓고 있다. 점점 다양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빠른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능이나 디자인이 탁월한 후속제품이
나오면서 먼저 내놓은 비슷한 자사 제품의 시장을 깎아먹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자기잠식
효과’ 또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라고 부른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제품개발 과정부터 치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제품개발 초기단계부터 ‘밀어야 할 제품’,
‘미끼로 쓸 제품’ 등 명확한 전략을 세워 제품 간 충돌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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