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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프랑스의 칸 해변은 세계 광고인들의 열정으로 뜨거워진다. 그 안에서는 잔치를 준비하느라 고생한 유럽인들이나, 그 공간과 시간을 함께 누리고 즐기기 위해 세계 각 나라에서 찾은 광고인들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인사하고 어울리고 격려하고 축하한다. 그러나 유독 아직까지도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낯가리는 민족이 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아시아의 후예들이고, 그 중에서 Japanese라는 분들과 Korean이란 분들이 대표적이다. 매년 소심한 A형이나 까칠한 B현들만 선별해 보내는 것도 아닐 진데 그들은 대부분 자기들 끼리끼리 뭉친다. 칸 해변에서 흩어지면 마치 죽기라도 하듯이…

사실 광고는 어떤 특정한 대륙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공유하지 못하는 이유와 다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문화의 차이 때문에 그들은 마치 두 조각 피자처럼 큰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었다. 그 와중에 ‘K’를 더욱 외롭게 만드는 것은 이미 몇 해 전부터 ‘J’란 놈은 Sony나 Honda 등의 Global Brand를 앞세워 유럽의 크리에이티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의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 파이의 크기를 생각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아쉬운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다행히도 최근 몇 해 들어 칸에서는 세계 공용어가 통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Visual Language’
다! 우리는 그들의 Visual을 보고 우리의 Language로 해석한다.

아프리카의 언어를 아시아 사람들이 통역 없이도 쉽게 먹여지고, 아시아의 언어를 유럽인들이 재미있게 듣고 읽을 수 있는 언어가 생긴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전부터 존재했던 언어를 이제서야 서로 사용의 편리함을 깨달은 것이다. 하긴, ‘모네의 그림’을 누가 통역해준다면 이 또한 우스운 광경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칸에서 사자상 하나를 거머쥔 깔끔한 아이디어 하나를 소개한다. 물론 가타부타 여러 말 할 것 없이 보여지는 그림 하나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Visual Language’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광고다.

우리나라로 치면 스카이 다이빙을 능가하는 초강력 쾌속 쾌감을 즐기는 ‘스카이엑스’나, 천당과 지옥을 헤짚고 다니는 ‘샷엑스드롭’ 같은 것들, 또는 생명을 담보로 타는 재미가 솔~솔~하다는 월미도 바이킹 같은 것들이 있는 놀이동산 광고다.

첫 광고는 편이다. 가끔은 놀이 동산에서도 있어서는 안될 사고들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런 비상상황에서 시끄럽게 울릴법한 비상벨, 그 벨을 타종하는 곳에 한 사람 좌석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저 곳이 전망대라면 운치 있어 보이기도 하겠지만 만약 내가 저 위에 앉아있고, 안전벨트를 메라는 사인이 떨어진 후, 1초에 수 십 번씩 마구 종을 쳐대기 시작한다면… 살아서 내려올 수 있을까? 정말 엠뷸런스를 불러야 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까?

<새총> 편도 만만치가 않다. 커플용인가? 당신과 당신의 늠름한 남친이 두 좌석에 나란히 앉는다. 당신은 다소 즐기는 표정이고, 옆에 앉은 남친은 겉으로 보기엔 애써 태연한 척이지만 속은 이미 졸도 일촉즉발이다. 구조물의 총 높이가 한 10층 정도 되는 건물이라 상상하자. 역시 안전 벨트를 단단히 메라는 사인이 나온 후 새총에 묶인 두 좌석이 서서히 뒤로 당겨진다.

지금쯤 그냥 쏴 줘도 될 것 같은데 끊어질 듯 루프가 팽팽해 져서야 끼~익! 하고 멈춰 선다. 그리고 한 5초간 미동도 없다. 아마 그 위에 앉은 당신은 그 5초가 50분처럼 느껴졌으리라. 그리고 급기야는 매정하게 발사~~~~~~~~ 나는 당신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정도 되면 다들 제정신은 아닐 테니 간 김에 막가보자.

자유이용권’은 고사하고 굳이 ‘Big5’ 나 ‘Big3’를 준비할 필요도 없으련만 다음 놀이기구는 <부메랑>이다.
좌석은 한쪽 켠에 세 개씩인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삼각관계용인가? 어차피 날다 한 두 명쯤은 행방불명 될 텐데 그럼 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인가? 사실 앞서 소개한 기구들은 어찌됐던 몇 분이고 즐기고(?) 난 후에 원위치에라도 와 있다. 그런데 부메랑이란 놈은 그 조차도 보장하지 않는다. 킹콩처럼 커다란 누군가가 잔인하리만큼 단단한 근육을 자랑하며 죽을 힘을 다해 던질지, 500원 넣고 치는 야구공처럼 shooting machine을 통해 쏘아 올릴지는 모를 일이지만 난 어딘지 모를 곳에 곤두박질 쳐져 거기서부터 짚을 찾아가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참 남일처럼 이야기 하니까 부담 없고 재미있군!

여기까지가 이 광고를 보고 난 나의 상상이다. 일단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시각이나 경험에 의해 다양하게 상상하게 만드는 힘도 쉬운 일이 아닐테고, 각기 다른 문화와 언어를 사용하는 세계인들이 너나없이 즐겁고 짜릿함을 만끽했다면 거기에 사용된 Visual Language야 말로 정말 가치 있고 유용한 보물이다.

이 광고는 Canada의 ‘RETHINK’라는 광고회사에서 제작했으며 2007년 칸 광고제에서 Silver Lions을 수상한 작품이다.


취글 : 류진한 iamhalf@hanmail.net / 출처 : 한화그룹웹진 오픈아이 (http://www.5pen-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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