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4회 째 맞은 칸국제광고제가 지난 6월 17일부터 23일 까지 프랑스 칸에서 개최되었다. 매년 여름이 그랬듯이 세계 광고인들의 설레는 가슴,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닮은 태양, 쿨~하게 밀려드는 비치의 파도… 올해는 그 행복을 현지에서 만끽하진 못했지만 미루어 짐작하는 것 만으로도 감동적이고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소문을 듣자 하니 한 때 수제자로 키웠던 어떤 정신 나간 놈 하나가 유럽장기여행 도중 칸의 스케줄에 맞춰 행사에 기웃거리면서 한국 사람만 보면 나(필자)를 찾고 돌아다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서울에서 정신 없이 일에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을 왜 칸 해변에서 찾는지 원…쩝!!
올해도 칸의 크리에이티브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물론 몇 광고들은 냉정한 광고인들로부터 어김없이 ‘야유굴욕’을 겪기도 했다. 오늘은 우선 Print Lions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광고를 소개하고자 한다. 항상 그랬듯이 좋은 광고, 뛰어난 크리에이티브와 마주한다는 것은 S씨의 비밀부엌에 차려진 맛있는 요리를 기다리는 마음 못지 않게 설레며, 롸씨의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세계의 광고인들의 축하와 시샘을 한 몸에 받으며 그랑프리의 영예를 차지한 작품은 SAATCHI&SAATCHI USA에서 제작한 광고이다.
올해도 역시 세계 공용어인 ‘Visual Language’가 그들과 우리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완성시키기 위한 크리에이터의 열정과 집요함에 그들도 박수를 보냈으리라 생각된다.
제품 는 모두들 아는 바와 마찬가지로 세탁용 세제다. 때를 닦아주고, 얼룩을 빼 준다는 명쾌한 태생적 목표를 매 해 마다 어떻게 표현해 낼지를 끊임없이 고민했으리라.
그리고 마침내 오늘의 크리에이티브에 이른다.
광고에 등장하는 의 적은 다름 아닌 ‘Soy Sauce’와 ‘Mayo’ 그리고 ‘Ketchup’들이다. 우리의 식탁보와 소파를 더럽히고, 옷과 카펫에 얼룩을 만드는 그들을 무찌르기 위해 용맹스럽게(사실 ‘용맹’ 보다는 ‘인해전술’로) 돌진하는 Ultra Tide 軍의 모습에서 소비자들은 아마도‘내 카펫에 묻은 얼룩을 잔인하리만큼 깨끗하게 빼 줄 것 같다’라는 믿음이 생기기에 충분하다. 바둑으로 치자면 고작 서 너 ‘검은 알’ 먹으려고 수백 개의 ‘흰알 대군’이 수십 겹의 포위망을 좁혀오는 것과 같았다. 아무리 바둑이고 세제지만 갑자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삐질려구 한다~ ㅋㅋㅋ
그들은 광고에 등장하는 적군들의 캐릭터에도 적지 않게 신경을 쓴 흔적을 보인다. 일본음식에 자주 쓰이는 ‘Soy Sauce軍’의 캐릭터는 ‘닌자’, 미국 등지에서 많이 쓰여지는 ‘Ketchup軍’의 캐릭터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풋볼선수’, 그리고 ‘Mayo軍’은 흰옷을 입은 ‘백기사’를 등장시킨다. 얼룩을 없애주는 세제광고 하나에서도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긴장과 재미를 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여유가 우리에겐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노트북의 자판에서 잠시 손가락을 떼고 이들 크리에이터의 열정과 자긍심에 3초 동안 7번 의 박수를 보낸다. 정말 우리 집 묵은 때를 쏙! 빼 줄 것 같다. 그런데, 넌 Sushi에 간장을 찍을 때나, Potato를 Ketchup에 찍어 먹을 때, 그리고 Salad 위에 Mayonnaise를 뿌리면서 포위 당한 불쌍한 적군들이 눈앞을 가려 어디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