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면 눈이 먼다’는 말은 들어 본 적 있다. 그러나 ‘사랑 하면 코가 먼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오늘은 그다지 청결해 보이지 않는 크리에이티브 이긴 하지만 그래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살아있고, 특히 쓰레기 통에나 들어갈 법 한 어이없는 과장들이 아이디어로 회생하여 멋지게 시청자들의 눈 앞에 선보이게 됨을 축하하는 뜻에서 몇 일 전부터 TV를 통해서 보이는 광고를 골라 보았다.
광고는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다.
그래서 그런지 그 어떤 산업보다 그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 현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마저 어리둥절 허겁지겁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님이 사실이다. 소비의 이유가 달라지고, 남녀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제품의 수명이 달라지고, 이성과 감성의 벽이 모호해지거나 뒤바뀌고, 연령에 의한 소비자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등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 변화에 깔려 죽을 판이다. 죽지 않으려면 죽어라고 뛰는 수 밖에…
Jean이 편한 이유야 세대에 따라 다르리라 생각되지만, Jean이 마치 ‘마파도 할머니’의 몸빼바지처럼 하반신을 푸리(?)하게 해 준다면 어떨까? 사실 요즘처럼 제품을 만드는 테크놀러지가 발전한 시대에 남들이 갖지 못한 특화된 성능이나 기능을 지닌 제품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전자제품이든, 화장품이든, 머리를 나게 만드는 발모제와 같은 것이든 말이다.
하물며 그것이 ‘청바지’라면 우리가 소비자에게 던질 차별화된 메시지를 찾기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자동차를 끌 정도로 질긴?” 아니면 “안 입은 것처럼 편한?” 뭐 이런 것들 언저리에 있지 않을까? 문제는 그런 뻔(?)한 제품들을 어떻게 돋보이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물며 그 제품에 기능이 더해져 있다면 광고역할의 부담은 백배는 더 커진다. 오늘 소개하는 광고가 그 역할을 대변해주고 있다.
Shirts & Jean 차림의 맨발의 청춘이 한가로이 길을 걷는다. 여자의 손을 잡고 걷던 남자 거침없이 인형 하나를 집어 든다. 여자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맨발을 번쩍 들어 올리며 사거리에서 택시를 잡는다. 택시의 문을 열고, 그 택시 안에서 여자의 어깨를 감싼다. 물론 발가락으로, 자신의 긴 발을… 여자 또한 보란 듯이 남친의 호의에 보답해준다. 자신의 긴 발을 서서히 올려 들어 남친의 볼을 애무하듯 쓰다듬는다. 여친의 사랑을 느끼는 남자의 표정. 둘은 길 한 가운데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손이 아닌 <다크n슬림>을 입은 발로 말이다.
카피는 “Free to move - LEVI’S ENGINERED JEAN DARKnSLIM”
청바지를 입고 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짓은 과연 뭘까? 수영을 할까? 발레를 할까? 아니면, 요가를 할까? 물론 Good Idea다.
그러나, 우리의 한계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손이 해야 하는 짓을 발이 하면 어떨까? 그래야 우리는 Good에서 Great로 갈아 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바보의 벽’은 항상 그 1cm를 넘지 못하는 곳에 존재했다.
라면물이 99°C에서 시치미를 떼다가 100°C가 되면 부글부글 끓어 오르듯 그 ‘1’이 대부분의 ‘평범함’ 과 소수의 ‘특별함’을 구분 짓는 것이다. ‘Free to move’ 올 해는 몸도, 마음도, 생각도 지난 해 보다 ‘Free’ 해 지기를 바란다. 저도 여러분도, 그리고 오픈아이도 ‘Good’에서 ‘Great’로 일취월장하는 해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