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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광고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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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은 대학생들이 광고를 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하지 않나요? 하지만 제가 취업할 때만 해도 광고동아리나 광고와 관련된 교육시스템이 전혀 없었어요. 저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당시에는 광고회사도 많지 않았고 졸업생들 중에 광고회사를 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저도 처음부터 광고를 해야겠다는 목표나 열정이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다른 쪽에 관심이 있어서 광고도 조금 늦게 시작한 편이고 솔직히 엉겁결에 시작하게 됐어요. 요즘은 광고에 입문하기가 쉽지 않지요. 문은 좁고 지원하는 사람은 많고. 취업시즌만 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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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이외에 다른 쪽에 관심이 있으셨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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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하면 꼭 그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사실 조직에 묶여서 일한다는 것이 싫었어요. 딱히 어떤 것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했었지요. 다들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나요? 하지만 자유롭게 일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조건이 뒷받침 되야 하고 좋은 조합이 되야 가능한 것이다 보니 내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뒤늦게나마 얻었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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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는 그나마 자유로운 편에 속하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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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조직의 질서와 문화를 따라가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광고회사도 하나의 조직이니까요.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꽉 짜인 조직이나, 명령과 복종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회사에서는 일하기 힘들 것 같아요. 처음 일을 광고회사에서 시작한 사람이라면 다른 직종으로 옮겨서 일 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 거예요.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죠. 저 역시 그런 것들이 싫기도 하고 광고가 아닌 다른 일을 잘 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광고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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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WA에 대해서 자랑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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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광고회사예요. 제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점은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는데 왜 춤을 더 잘 춰야 하며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되는데 왜 외모를 가지고 평가를 하는지에 관한 부분 이예요. 광고회사는 광고를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광고회사들끼리도 광고만 가지고 당당하게 승부하는 게 멋있겠지요? TBWA는 광고를 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광고만 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어요. 광고 이외에 다른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죠. 그리고 광고 회사의 가장 큰 재산은 바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 역시 광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실력으로 꽉 차있고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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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나 SK 같은 브랜드의 장수 Campaign을 담당하기도 하셨는데요
장수 Campaign을 진행하시면서 느끼신 점이나 고충이 있으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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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 캠페인이라는 것도 깊이 생각하고 속을 파고들다 보면 결국엔 사람인 것 같아요. 제품도 그 안에는 항상 사람(소비자)이 있어요. 그러니 제품을 얼마나 사람으로 잘 치환해 내느냐는 것이 캠페인의 핵심이 되는 것이지요. 기업PR도 마찬가지로 기업의 철학이나 이념, 업의 본질 같은 것을 사람과 얼마나 잘 연결시켜서 해석하고 표현해 내느냐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해요. 작위적이면 안되기 때문이죠. 장수브랜드를 오랫동안 끌고 가는 힘은 호감이 아니라 공감이에요. 그런 공감을 찾아내는 원천은 결국 사람이다 보니 그걸 억지로 그려내려고 하다 보면 사람들이 불편해하게 마련이에요. 너무 힘을 줬나? 억지가 들어갔나? 와 같은 여과장치가 필요한 것이죠. 이런 식으로 진심을 담아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캠페인의 주인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되고 또 그렇게 될 때 결국 그 브랜드는 탄탄하게 자리잡게 되는 거지요.
나름대로 정해놓았던 기준에 맞지 않아 사장된 아이디어들이 정말 많았어요. 사실 아까운 것들도 많이 있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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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국장님께선 사람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광고회사에 입사하면 애인이나 친구들도 다 떠나간다'는 속설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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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멀티태스킹에 약해요. 프로젝트가 시작되거나 일을 할 때는 다른 쪽에는 신경을 거의 못 써요. 그래서 모임이나 행사에도 잘 참여를 못해요. 사람들을 참 좋아하는데… 그리고 광고업계 쪽을 보면 워커홀릭들이 꽤 많이 있는데 저는 그런 분들을 참 좋아해요. 또 멋지지요. 그래서인지 광고업계에 노처녀, 노총각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시간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만날 시간이 줄어들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쪽 사람들이 좀 까다로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웃음) 근데 오히려 광고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오지랖이 넓어서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요. 결국엔 일이 중요하다 보니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일과 사생활, 일과 가정은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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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희들은 수료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있어 요즘 한창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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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지원서들을 보면 안타깝고 아쉬워요. 개인적인 기준일수도 있지만 자기소개서는 절대 ‘쓰는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지원서들을 보면 자꾸 기술을 넣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과도한 포장이나 기술 보다는 진솔하게 쓴 자기소개서가 보고 싶어요. 그렇게 쓴 지원서가 더 감동을 줄 수 있을 텐데, 광고회사이기 때문에 튀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다들 그렇게 써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특별히 튀는 것이 없는 것이죠. 그런 것보다 꾸미지 않고 자신의 진심을 잘 담아서 쓴 자기소개서, 그리고 정말 자신이 살아오면서 생긴 신념 등에 관해서 담담하게 쓴 자기소개서가 보고 싶어요. 볼 때는 참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돌아서고 나면 기억에 남는 자기소개서가 없어요. 너무 멋을 부린다거나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음… 하지만 잘 모르겠네요. 그러다 보면 또 심심하고 건조해지지 않을까요? (웃음) 더 나아가 기획서에 대해 말하자면 요즘 서점에 ‘기획서 잘 쓰는 법’과 같은 책도 많고 강의를 할 때도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기획서를 잘 쓸 수 있냐고 물어보곤 해요. 하지만 기획서는 쓰는 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기획서는 ‘기획’이 중요한 것이죠. 실제로 학생들이 쓴 기획서를 보면 잘 쓴 것들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보고 나면 명확한 알맹이가 남지 않는 것 같아요. 기획서는 고민의 산물이잖아요? 기획서도 잘 쓰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스킬도 다들 좋은데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광고주들 역시 우리들을 많이 겪어봐서 화려한 언변이나 제스처 등에 넘어가지 않아요. 결국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하기 때문에 약간 더듬고 서투르더라도 주어진 과제에 대해 얼마만큼 깊이 있게 고민을 하고 좋은 답을 가져왔는지 그리고 자기네 일을 맡길만한 진정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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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하고 싶어하고 좋은 광고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위해 말씀이 있으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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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광고하는 사람은 굉장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그 어떤 일보다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광고라고 생각하거든요.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스스로 자신을 존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존경해주지 않아요. 그래서 전문가의 긍지, 프라이드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의뢰 받고 대신 해주는 전문가잖아요? 하지만 자부심을 갖기 이전에 광고하는 사람은 무식하면 안돼요. 무식한 전문가는 없잖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이런 얘기하면 또 ‘저 사람 현실도 모르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현실적으로는 이력서에 커리어 한 줄 더 넣기 위해서 공모전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장기적인 측면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흔히들 광고계에서 말하는 내공을 쌓기 위해선 폭 넓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광고 라는 것도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람과 관련된 많은 지식도 쌓아야 하지요. 그리고 광고는 절대로 ‘내’가 만들었다는 말은 없어요. ‘우리’가 만들었다가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여러 생각을 하고 그것들을 최적으로 조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광고지요. 그렇게 하려면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인간적으로 교류를 하느냐와 같은 소양이 필요한 것이죠. 제 아무리 스펙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한들 그런 부분이 모자란다면 광고를 오래하기는 힘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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