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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는 광고 중 보는 순간 빠져들었던 광고가 있다. KTF의 ‘청바지와 넥타이는
평등하다’ SK텔레콤의 ‘생활의 중심’ SK의 ‘생각이 에너지다’ 에서부터 대림건설 e-편한 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까지, 보게 되면 '아!' 하고 탄성이 나오던 광고. 그 광고의 중심에 TBWA 박웅현 ECD가
있다. 다른 어떤 광고보다 그가 총괄했던 광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광고와는 달리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인간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박웅현이 말하는 광고’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웹진 기자단은 그 비결에 대해
직접 듣기 위해 TBWA를 찾았다.
ECD : Executive Creative
Director. (광고)제작 총괄 책임자
or Extremely Crazy Dog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p.35 참조
마중을 나온 박웅현ECD의 첫인상은 “우리와는 왠지 다른 사람”
이었다. 빡빡 깍은 머리에 길게 자란 수염 거기다가 귀걸이까지 매우 강한 첫인상과는 달리 그분은 의외로
수줍고 인간적이었다. 인터뷰 초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웹진 기자단들. 그러나 긴장도 잠시 어느덧 박웅현의
책과 영화와 음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문학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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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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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책 반응이 굉장히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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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괜찮더라고요.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주최하는 저자와의 시간을 가졌는데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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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책 표지가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책표지 얘기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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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출판사에서 시리즈 별로 나오는 거다 보니깐 그 컨셉에 맞춰서 찍은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책표지가 어두웠으면 좋겠는데 출판사에서 정해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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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엔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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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싫어요.(웃음)
너무 폼 잡고 무게 잡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3시간 정도였는데 출판사에서 처음에 책의 편집방향을 잡을 때 공지영씨, 박원순씨에 비해서
나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깐 뭔가 좀 세보이게 나가는 게 소프트하게 나가는 것 보다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
거죠.
마침 제 헤어스타일이나 수염이나 귀걸이 같은 것들이 남들이랑 다르니 그런 것 들을 강조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세보이고 뭔가 있어보여서 지나가는 사람들 눈길을 끌 수 있는 표지를 만드는 거죠. 건방진 자세로 다리도 쫙
벌리고. (웃음)
처음에는 너무 강하게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니, 출판사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보여 지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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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싣고 싶었는데 못 실었거나 아쉬웠던 점.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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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강작가가 너무 잘 따라와 줘서 놀라웠어요. 광고를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인터뷰를 하고 나면 그에 대한 자료들을 다 찾아보거나
읽고 난 다음에 오더라고요. 진도가 빨리 나간다는 느낌이었어요. 하나 재미있는 얘기가 있는데 강작가가 인터뷰를
녹음하면 그걸 계속 듣고 다녔어요. 그리고 인터뷰 때 다시 만났더니 “아, 이거 얼굴 보니까 반갑네요. 목소리만
계속 들었더니 허허” 그 정도로 잘 따라와 줘서 이 책이 나오는 게 가능했던 거 같아요.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이 많은 광고들이 내가 혼자 만든 것처럼 느껴지는 게 계속 걸립니다. 그리고 내가 책만 읽는 사람같이
나오는 것, 책이 다가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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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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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인문학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또 그 안에서 아이템을 선별하는 기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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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고에서 인문학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번 강의를 할 때마다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너무 좁게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문이나 잡지에서 보는 흐름이나 길거리에서 내가 파악하는 것들 전부 다 사람 사는 모습이라는 측면에서 인문학적인
견지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보면 무엇을 보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얼마나 주의 깊게 보고 관심 있게 보느냐. 그리고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기준은 그거에요. 음악,
미술, TV, 전부다 사람 사는 모습들을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어떻게 볼 줄 아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물론 책을 잘 읽는 것도 중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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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요새 화두가 인문학 인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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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동의가 안 되네요. 인문학은 늘 화두였어요. 늘 화두일 수 밖에요.
근데 사람들이 그 동안 그 단어를 안 썼을 뿐이에요. 인문학은 버릴 수 없는 본질이죠. 인문학은 결국 사람을
얘기하는 건데 그게 버려지는 순간 헤매게 되어있어요. 최근에 인문학 얘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마케팅적인 이유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고요. 제 해석은 탈정보화 시대에 있는 것 같아요. 탈산업화, 탈정보화가 되면서 옛날에는
제조 산업이나 테크놀로지가 시대를 얘기해 나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 빠져나가고 결국엔 창의성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힘이 되는 시대가 온 거죠. 그런데 그런 것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하면 결국은 인문학에서 나오는
거예요. 인문학은 늘 거기에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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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의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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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ECD는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해요.
약간 반항아적인 기질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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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순딩이었어요. 반항은 상상도 못했고... 되게 수줍음 많이 타고 어디 구석에 숨으려고 맨날 피해 다녔죠. 제일 무서웠던 시간은
오락시간, 노래시키니까. (웃음) 사회 보는 애가 앞에서 있으면 눈을 어디다 둬야할 지 모르겠는 거예요. 누가
날 시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같은 게 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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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변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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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예외가 있다면 PT랑 교육이에요. 그런 것도 그냥 살기 위해서 그런 거죠. 아 요즘은 인터뷰가 늘었구나. 아무튼
내 목소리 크지 않은 애였고 특징 없었어요. 그냥 조용조용하고 사회 나와서도 그랬었고,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내 목소리가 생긴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체제 순응적 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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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체제 순응적으로 생활하시다 보면 광고계에서 힘들었을 때도 있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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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 왔을 땐 힘들었어요. 그 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냥 견뎌야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한번은 신입사원
때 지금 집사람인, 당시 여자 친구와 저녁 데이트 약속을 했는데 한 6시쯤 돼서 팀장이 우리 회식하자고 그러면
선배들이 집에 전화를 해요. 오늘 회식이래. 먼저 먹어. 근데 저는 내 여자 친구는 여기 와있는데 그게 말이
돼요? (웃음) 그래서 저는 가야 되겠다고 얘기를 했더니. ‘이것 봐라 신입이..’ 이런 분위기였죠. 그런데
제가 겁도 없이 “신입사원은 사생활도 없어요?“ 이런 거 에요. 그 때 신세대란 말이 있었는데 그래 네가 신세대다
이거지. 하고 넘어갔죠. 암튼 불합리한 것들이 꽤 많이 있었어요. 그게 다 제 반면교사가 되었어요. 내가 윗사람이
되면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그런 걸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주말에 야근이 있으면
금요일까지 그 얘기를 안 해주는 게 말이 되나요. 사람이 다 사생활이 있는데.. 우리 팀 같은 경우는 야근이
있으면 내가 판단이 내려지는 순간 미리 얘기를 해줘요. 이번 주말에 나와야 될지도 모르겠다.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은 안 나와도 된다. 이렇게 꼭 말해줘요 그리고 그것이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하구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이 책을 통해서 광고가 감각적이고 말초적이고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오판이라는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광고는 아주 냉정하고 합목적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메스를 들이대는 것 같이 매우 세밀하고 치밀한 작업이죠.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를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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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ECD님도 처음 광고를 시작 하실 때는 힘든 시기가 있으셨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광고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지속하실 수 있었던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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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솔직히 아니에요. 저는 광고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게 광고일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고 신문일 수도 있고 방송일 수도 있어요.
뭔가 컨텐츠를 생산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고 중학교 때부터 그게 목표였어요. 처음에는 광고계를 떠나고 싶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광고는 아닌 거 같은 거예요. 그 때 종로 교보문고 근처에 신문기자를 하는 친구들 점심시간에
만나서 당시 르포라는 게 있었어요. 르포라이터. 수몰 지구에 가서 취재를 해서 써서 넘기면 신문사에 나가는
그런 거 하려고 친구들 만나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다시 광고를 시작하게 된 거죠. 결국 저는 목숨 걸고 광고만
할 거다 이건 아니었다는 거예요. 후배들에게도 그런 걸 추천하지 않아요. 딸한테도 마찬가지구요 .너무 빨리
진로를 좁힌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왜 광고만 해야 돼, 유전자에 광고라고 써있나? 확인했나?
(웃음) 이것저것 열어놓고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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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 그런 얘기를 한다면 조금 건방져 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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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고마울 것 같아요. 오히려 저는 광고에 목숨 걸었습니다! 이러면 약간 너 이거 안 되면 어떡하려고 그러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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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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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하고 메신저도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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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나면 하죠. 재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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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모티콘 같은 채팅용어도 사용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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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딸이 보내준 이모티콘 사용하죠. 이모티콘 추가하기 눌러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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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가고 TV도 몇 번 나가시고..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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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생겼죠. 무서워 죽겠어요.(웃음) 책표지에 저렇게 나가는 바람에.. 특히 우리 집이 영풍문고 바로 앞인데 그곳에 인문 베스트셀러거든요.
얼마 전엔 청와대에서 강의를 한 날,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한 남학생이 사인을 부탁했어요.
‘아, 진짜 조심해야겠다, 민감해져야겠구나.’ 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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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책 읽는 스타일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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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지도 않고 빨리 읽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정독을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이 가지고 온 오해 중의
하나가 제가 책을 진짜 많이 읽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데 그렇진 않거든요. 인상적인 구절이 있으면 줄을 쳐놓고
메모를 해요. 책을 읽을 때 항상 옆에 연필을 가지고 있어요. 더 좋은 방법은 줄을 쳐 놓은 부분을 타이핑을
해보세요. 그럼 줄 칠 때 한번 기억 되고 타이핑 할 때 또 기억나고 나중에 그것만 딱 모아놓은 것을 보면
말하자면 내가 엑기스를 쫙 뽑아 놓은 거잖아요. 광고일 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거기서 문구를 찾거나 도움을 받을
때 가 많죠. 해외여행 다닐 때는 조그만 노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인상적인 것들을 적어놓고 그림도 그리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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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말씀하신 부분이 책에서 말씀하셨던 ‘안테나를 세워라’는 것과 통하는 부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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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냥
무언가를 볼 때 무심히 보지 마세요. 뭔가 내 눈에 걸렸으면 다 이유가 있는 거거든요. 느낄 감
(感) 자에 움직일 동(動)자 거든요. 내가 무언가를 느껴서 움직였다는 거잖아요. 그냥 우와 하고 넘어 가지
말고 하나하나 쌓아 놔 보세요. 나중에 필요할 때 다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안테나를 세우는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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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박웅현 ECD님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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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취미가 거의 없어요. 움직이는 것도 싫어하고 차 막히는 거 싫어하고 사람 많은 거 싫어하고 TV 싫어하고. (웃음) TV가
재미가 없어요. 뉴스 외에는 거의 안 봐요. 주말에는 집에만 있어요. 시간 남을 때 주로 뭐하세요? 가 취미의
사전적 개념이라면 독서와 음악 감상이에요. 정말 남들 자기소개서에 촌스럽게 쓰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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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이 말하는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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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서 쓰인 음악도 좋아하시는 노래를 직접 고르시거나 직접 선택하신 경우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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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찾아온 음악을
제가 ECD다 보니깐 선택하고 어떨 때는 제가 직접 음악을 고르는 경우도 있고요. <진심이 짓는다>
캠페인을 얘기해보자면 음악가지고 되게 헤맸어요. 음악이 답이 안 나와서 오디오PD 부터 실장까지 다들 음악만
찾고 있었어요. 주말이었는데 집에서 집사람이랑 와인 한잔하면서 아 나 이번에 음악 찾아야 되는데 뭐 없나 하다가
집에 있는 LP들을 쭉 찾다가 Nina Simone의 음악을 탁 걸었는데 한 시간 정도 듣고 있다 보니깐 어느
한 곡이 딱 좋더라구요. ‘My Baby Just Cares for me’ 라는 곡이에요. 그래서 월요일 날
출근하면서 그 곡 들고 녹음실을 갔죠. 가서 ‘이 부분 괜찮은데 이렇게 갑시다’ 해서 이거 리듬 딱 잡아 놓은
거죠. 뒷부분에 색소폰 터지는 건 누구 곡 인줄 아세요? led zeppline의 ‘all my love’
후렴구에서 색소폰 터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그 부분을 따다가 시안에 붙였는데, 그 곡을 쓰는 게 1억이
넘는데요. 그래서 할 수없이 모티브만 따서 직접 우리가 음악을 만든 거예요. 두 곡을 합쳐서 만든 곡이 그렇게
탄생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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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좋은 광고 찾기가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 중 제일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진심이 짓는다>
편인 것 같아요, 반응도 좋았구요, <진심이 짓는다>에 관해 이야기 좀 해봐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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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짓는다>를
넉 달을 준비했어요. ‘우리 일이 넉 달의 준비기간을 가지면 어떤 퀼리티가 나올 수 있다’ 라는 것을 <진심이
짓는다>가 보여줬죠. 처음에 광고주한테 광고를 하자는 얘기가 왔고 광고방향을 fact를 가지고 광고를
해야겠다고 방향을 잡았어요
그런데 아파트 fact를 우리가 모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인터뷰를 들어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거기 임원들을
다 만나고 거기에 중요부서들 있잖아요. 디자인실 팀장들 다 인터뷰를 일주일에 한 번씩 서너 차례 가졌어요.
대전에 연구소가 있는데 주말에 우리팀원들을 데리고 다 내려갔어요. 연구소 가서 견학 다 했어요. 주택문화관도
다녀오고요. 당신들이 지은 건물 중 좋은 건물이 뭐가 있느냐고 했는데 원당에 있고 오산에 있데요. 거기 다
갔다 왔어요. 그 인터뷰만 하는데 한 달 반이 걸렸어요. 만약에 이 프로젝트가 ‘한 달 안에 아이디어를 내세요’
했으면 불가능한 일이였죠. 한 달 취재 한 거 다 모아서 카피들끼리 앉아서 카피쓰기 시작 한 거예요. 카피
40개 나온 걸로 어떻게 비쥬얼을 할 것이냐 해서 감독들을 붙이기 시작해서 광고주에게 팔고 찍기 시작했죠.
찍는 것도 우리 컨셉이 진심이다 보니깐 세트 다 없애고 나가서 촬영 하는 거 다 없애고 진짜 진심으로 찍어야
되니까. (웃음) 진짜 그 장소 가서 다 찍었죠. 오디오 녹음할 때 힘들었던 부분이 <진심이 짓는다>
광고는 1분 내내 멘트 가 있어요, 그러니 음악이 세게 들어오면 멘트가 안 들리는 거예요. 그럼 음악이 없으면
좋은데 음악이 없으면 또 너무 심심한 거예요. 그러니 음악이 진짜 BGM 말 그대로 Back ground music이
돼야 하는데 그럼 돌출도가 없을 거 같더라구요. 멘트를 방해하지 말 것이며 귀에 걸려라, 이게 제 요구사항이었는데
말이 되냐고요. 그러니까 다들 힘들어 한 거예요. 결국 리듬이 세면 멘트를 망친다. 단순리듬의 반복이 돼야겠다.
악기가 많이 들어오지 말자. 이렇게 결론을 지었죠. 결국 오디오를 멘트의 흐름대로 따라가 줘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멘트에는 기승전결이 있잖아요. ‘톱스타가 나옵니다. 그녀는 거기 살지 않습니다. 유럽의 성이 나옵니다.
우리의 주소지는 대한민국입니다...’ 여기까지는 인트로덕션이죠. 그 다음에 꺾이죠. ‘이해는 합니다~ 그래야
시세가 오를 것 같으니까 이어가면서 또 한 번 꺾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봅니다 멋지게만 보이면 되는 건지’ 그 다음에 결론 나오잖아요. 이 구조를 오디오가 다 받아줘야 된다는
거예요. 그걸 다 맞췄어요.싸비(음악의 클라이막스 부분에 해당) 터지는 부분 앞이나 뒤에 들어보면 중요한 카피가
딱 터져요. 한번 다시 광고를 보세요. <진심이
짓는다> 편의 제작과정을 얘기 할 때 박웅현 ECD는 매우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말했다. 집에 와서 다시
<진심이 짓는다> 광고를 찾아보았다. 앞서 언급한 Nina Simon의 음악과 led zeppline의
음악을 한 번씩 듣고 박 ECD가 강조한 나레이션과 BGM의 조화를 느끼면서 보니 처음 광고를 봤을 때와는
달리 광고 속 아파트처럼 철저한 설계 아래 정교하게 잘 지어진 광고라는 느낌이 왔다.
(TBWA와의 인터뷰만 3번째인 웹진으로서 항상 했던 질문이 있다. 물론 박웅현 ECD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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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WA만이 가지고 있는 회사만의 힘이나 방식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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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철학이나 기회의 공유 같아요. 다른 데보다 더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회사에서 그런 것을 북돋아주고요. 다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러다 보니 일을 재밌어해요.
자뻑이 될 수도 있겠지만. TBWA는 국내 광고회사 중에 광고주에게 우리 목소리를 가장 강하게 말하는 회사에요.
그것 때문에 오해나 질시를 받은 적도 있어요. ‘그냥 저희가 말 잘 들을게요’ 가 아니라. 광고주에게 ‘그거
틀렸어요’ 라고 정확히 말할 수 있는 회사인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신나게 일을 하죠. 물론 위험부담도 있습니다.
인하우스도 아닌 데가 말도 잘 안 들으니까요. (웃음) 맨날 하는 말이
'TBWA의 가장 강력한 영업사원은 캠페인이다' 에요. 우리는 경합할 수 있는 방법이 캠페인밖에
없어요. '저 캠페인 어디서 만들었지?' 이걸 자꾸 던져야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거죠. 한마디로
춥게 사는 거죠 뭐. 따뜻한 계절이 아니죠. 늘 겨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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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 차가운 환경과 달리 광고에서는 따뜻함과 여유가 충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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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기업체들이 사람들과 소통을 긍정적인 영향을 가지고 하려는 부분 때문도 있죠. 기업은 법인이라는 말을 쓰죠. 법적인 사람.
결국 기업도 사람이잖아요. 몸이 없어서 그렇지. 그런데 사람도 공부만 잘하는 애들은 싫잖아요. 남한테 배려
안 하는 거 싫잖아요. (웃음) 능력도 있고, 남에 대한 배려도 있고, 유머감각도 있고, 베풀 줄도 알고,
식견도 좀 있고 이런 사람을 좋아 하잖아요. 기업체도 똑같아요. 사람들은 따뜻한 기업을 차가운 기업보다 더
좋아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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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아무래도 팀 작업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논쟁이나 의견충돌 같은 것을 피해갈 수 없을 텐데요 전체 팀원들의
의견을 총괄하는 디렉터로서 두 가지 의견이 상충 됐을 때 선별하는 기준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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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에서
무술을 배울 때는 정석으로 배우죠. 칼이 이렇게 들어오면 이걸로 막아라. 근데 정작 거리에서 싸움을 하면 그렇게
배운 데로 한 번도 못써요. 그거랑 똑같아요. 그 질문은 답이 없어요. 현장에서 판단을 해야 그 흐름 속에서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광고는 유기체에요. 흐름을 보면서 그 때 그때 판단을 해야 하죠. 무슨 원칙이
없어요. 그래서 내가 맨날 하는 말이 애석하게도 광고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실은 회의실이다. 라는 말을
해요. 경험치를 늘리는 방법 밖에 없어요. 똑같은 광고주라도 밖에서 나를 보면 미친놈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두 달 전에 A기업이 광고를 해 달라고 했을 때 나는 ‘타겟이 중요하다’ 고 얘기 했다가 두 달 후에는 ‘경쟁분석이
중요하다’ 고 한단 말이죠. 근데 그 말이 맞아요. 왜냐하면 그 동안에 바뀌었으니까. 광고는 유기체라고 했죠.
그 때 그 때 판단을 내려야지 고정된 변수가 없는 거예요. 광고연구원 갔을 때도 강의 첫날 그 얘기를 꼭 했어요.
“일단 미안하지만 가르칠 게 없다. 광고, 카피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실은 회의실이다. 근데 내가 무슨
카피 얘기를 하겠나. 그래서 책 얘기를 하자.” 그래서 책 얘기만 쭈욱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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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이 말하는<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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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광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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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길을 못 찾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일단 외로워하지 마라. 혼자가 아니다. 만만한 인생이 아니다. 만만하지
않으니까 인생인 것이다. 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허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본질에 충실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인문학이 중요 하다는 건데. 웬만하면 저는 스펙관리 보다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이런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얼마 전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을 했었는데 기업에서 창의적 인재를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라고 묻기에 스펙을 보지 마시고 이 친구가 얼마나 잘 웃고 얼마나 잘 우는지를
보라고 대답했어요. 스펙은 객관적인 fact잖아요. 창의성과 관련된 것들은 느끼는 감정의 폭, 깊이에요. 그래서
똑같은 얘기를 했을 때 유머를 찾아내서 웃어주는 친구. 똑같은 얘기를 했을 때 소름이 좍 돋는다고 얘기해 주는
친구. 똑같은 걸 보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친구들이 훨씬 더 창의적인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게 얼마나
배부른 얘기로 들릴지 알아요. 아는데도 이게 본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그게 내 진심이니까. 내 딸에게도
똑같은 얘기를 해 줄 겁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광고인답게 넘치는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지닌
박웅현 ECD지만 동시에 부드러운 모습과 유머를 지닌 그에게서 사람 향기가 정겹게 전해졌다. 인문학은 결국
사람을 이야기 하는 거라고 말하는 박웅현, 그가 총괄한 광고가 사람들의 기억에 특별하게 남은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본질에 충실하고자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인문학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과 사람을 향한 소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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