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광고로는 SK텔레콤 ‘또 다른 세상을 만난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와 KT, KTF, 삼성증권, 플무원 등 굵직굵직한 캠페인들이 있으며, 현재는 로체, 모닝, 쏘울 등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2007년 칸 국제광고제 사이버부문 심사위원, 2008년 ADFEST(아시아태평양광고제) 사이버 부문 심사위원 등 세계적인 광고제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이노션!
그곳에서 만난 김혜경 상무님은 기자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인 이십오 년 전부터 광고 만드는 일을 시작하셔서 지금까지 업계를 든든히 지키고 계신다. 살얼음판과도 같은 광고계에서 그 당시 ‘여자’로서 업무에 임하기에는 많은 고난이 있었을 터, 그것들을 모두 이겨내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르신 데에는 그녀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상무님의 방으로 향했다.
여느 본부장실과는 다른, 좌식 온돌방! 시작부터 ‘역시 크리에이터답다.’ 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사무실에서 보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편안해서 아이디어도 더 잘 떠오르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덜 들도록 사장님에게 직접 요청하셔서 방의 구조를 변경 하셨다고.

인터뷰 전 서점에 들러 준비해 온 김혜경 상무님의 신간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에 친필로 사인도 해 주셨다.
귀중한 시간을 잠깐 빌린 터라, 책에서는 알 수 없을 질문 위주로 드려보았다.
(나머지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진다면, 기꺼이 두 끼를 굶고 책을 사 보라! 필자 역시 시내의 모 대형서점에 들렀을 때에, 이미 재고분이 완판 되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으니 서두르시길.)

광고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것만은 갖추어주면 좋겠다
광고는 어떤 방법이 있어서 배운다기보다, 그냥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해. 너무 진부한가? (웃음)
나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더 관심을 가지는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아. 광고는 결국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니까.
광고인이라고 하면 개성 강하고 잘난 척하는 그런 이미지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참 따뜻한 사람들이 많고, 또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좋은 광고를 만들곤 하지.
(한 곳을 응시하며 잠시 생각에 잠기시다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남들의 대한 시각과 배려 등…… 이러한 것들이 없다면 시작하기도 힘들지. 말 그대로 기본이니까.
광고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삶의 부분
삶을 살아가는 데 모든 것들이 광고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지만, 나는 좋았던 기억보다 그렇지 않았던 기억들이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아. 좋은 건 그냥 그 때뿐이지. (웃음)
나한테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며 팀을 나간 사람이 있었어, 처음에는 너무 속상했지. 나 자신이 비참해 보이기도 하고…... 그러다 마음을 다잡고 그 사람이 왜 내게 그런 말을 했나 곰곰이 생각해봤어.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는 그런 마음으로는 어느 대단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배울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지.
배움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니까. 이런 마음만 있다면 작은 돌멩이한테서조차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 이런 일로 얻은 깨달음이 내가 광고를 하는데 있어서 참 커다란 역할을 해줬으니 내겐 값진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지.

신입사원 면접 시, 채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해마다 면접을 하고 있지. 정말 애절한 사람들, 열정 넘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만 나는 솔직한 사람들한테 마음이 가더라.
지나치게 자기를 포장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거부감이 들어. 그 사람이 진실돼 보이는지 아닌지는 그 사람만 빼고 아마 다 알거야. 말을 아주 멋지게 잘하는 사람도 물론 좋지. 그런데 난 더듬거려도 진실됨이 보이면 그 사람에게 마음이 가. 광고라는 게 한두 푼으로 하는 일도 아닌데 그런 일을 맡기고 같이 할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진실되어야 하지 않겠어? 한 번은 자기 자랑을 한번 해봐라 하고 시켰었는데 너무 적절하게 말하는 거야. 너무 겸손해하지도 않고 너무 잘난 척 하지도 않고, 있는 것만 그대로 얘기하더라고. 난 그런 게 좋아.
부군과는 성격이나 관심사가 비슷하신가요?
우린 관심사가 서로 비슷해. 그렇다고 결혼 생활이 늘 평탄하지만은 않았지. 모두가 그렇게들 사니까. 그런데 지금은 친구 같고 편해.
둘 다 자연을 좋아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남편은 목공을, 난 퀼트를 하니까. 나중에 둘이 합심하면 뭔가 멋진 작품 하나 나올 것 같지 않아? (웃음)
(따스해 보이는 퀼트 커튼이 포인트인 정원의 오두막과, 퀼트 옷을 입은 아기자기한 피노키오를 상상해보며 우리는 책의 내용 중 ‘비장의 내조’에서 그들처럼 나이 듦을 함께하고 싶었다.)
광고와 함께 한 25년의 시간 중 힘들다고 느낀 부분이 있으시다면?
늘 하는 얘기로 광고라는 일은 매일매일이 새롭고 활기차다고 하지. 그런데 이 점에만 초점을 가지고서는 절대 광고를 할 수 없어. 다른 일 찾는 것이 나아.
광고는 그런 순간들이 분명 존재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 외에 힘든 부분이 너무너무 많아. 매일매일 자기자신을 평가대 위에 올려 놓는 일이 부지기수지. 시험 전날 밤과 같은 생활의 연속이야. 늘 보여주고 평가 받고 하는 일에 대해서 즐길 자신이 없다면 광고 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봐.
그래도 경쟁PT에서 이긴 그 날만큼은 그 어떤 기쁨과도 비교할 수 없어. 그것 때문에 그 시간들을 견디고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
광고주가 정말 만족했던 광고는 무엇이 있는지요?
만족스러웠던 광고라면 소비자가 좋아해주고 제품 또한 많이 팔린 그런 광고겠지?
SKT의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이 광고도 그렇고, 지금 KIA자동차 광고캠페인들도 반응이 좋다고 그러더라고.
요즘은 소비자들의 눈도 정말 많이 높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인 우리들의 책임도 올라가다 보니, 좋은 광고가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아.
‘로체’ 도 재미있는 광고는 아닌데 제품 판매가 올라간다고 영업사에서 연락들이 오니까, 광고주가 만족스러워하고……
결국 제품이 많이 팔리는 광고겠지? (웃음)
책에는 싣지 못한 아쉬운 이야기나 미공개 스토리가 있다면?
하하(큰 웃음) 내가 스타도 아니고 숨길 게 뭐가 있겠어, 거의 생각대로 다 쓴 것 같은데. 못다한 말이 있었나?
광고인으로서의 얘기를 많이 못 실은 게 조금 아쉽긴 해, 여성 광고인으로서 겪었던 지난날들. 대홍기획이 내 친정이나 다름없는데, 그때는 여자가 남자보다 월급도 30만원이나 적고 (그 당시에 30만원이면 적은 돈이 아니라 하셨다.) 여러 차별이 있었어.
한번은 내가 여자동료 직원들한테 ‘김혜경 대리 안 시켜주면 우리 전부 싹 다 나갈 거다’ 라고 서명을 다 받아서 전무님한테 찾아갔던 적이 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참 화끈거리고 창피한 기억인데, 그때는 순진했으니까. 엄청 화내셨던 것 같아. 그런데 시켜주시더라고. 최초의 여자 대리였지. (웃음)
얘기하다 보니 아직 다 못한 말들이 의외로 많은데? (웃음)
‘이노카페’의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진행 되었던 열띤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여성’ 광고인으로서, 상무라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살아 왔던 크리에이티브한 여정들은 그녀의 책 속에서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일기장을 읽는 듯 진솔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으며, 읽는 내내 그녀의 익숙한 말투와 따뜻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여성으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아직은 버겁다는 인식과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 임원으로서의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인터뷰 전 다소 묻혀갈 분위기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김혜경 상무님께서 편안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가시는 모습과 행여 질문이 끊기거나 해서 우리가 당황할 까봐 이야기를 천천히 리드하며 잘 풀어 나가시는 세심한 배려에 큰 감동을 받았다. 상무님과의 짧은 만남과 인터뷰는 끝이 났지만 책 속에서 다시 한 번 만난 늘 배려하고 배워가는 자세를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한없는 잔잔함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미리 약속된 시간을 초과했을 때도 우리 예비 광고인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려고 노력해주신 김혜경 상무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도중 출판사의 2쇄 출판 소식에 함께 기뻐했던 진심을 전해드리며 우리들의 나이도 생각보다 맛있어지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