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논 익서스를 성공 캠페인으로 이끈 그를 만나 인간 염철이 말하는 진한 광고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삼성동 어느 조용한 주점, 사람향기부터 먼저 풀어내던 염철.
첫 직장 그리고 광고
(자기소개 중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광고를 위해 상경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광고는 정말 하고 싶고, 하면 정말 잘 할 것 같았는데 막상 그게 아니었다. 잘할 것 같은 일이 잘 안될 때의 그 괴리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이 크게만 느껴졌다.차마 사표를 던지지는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를 빼곡히 적어서 올려드리고 오후 5시에 회사를 나와 혼자서 소주 2병을 먹었다.
그리고 무작정 멕시코로 떠나는 티켓을 끊었다. 남미에 세달 정도 있으며 쿠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페루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처음 떠날 때는 ‘다시는 광고 하지 말아야지, 다시 하면 내가 사람도 아니다.’ 그런 마음이었다. 20여 일이 지나고, 하루는 스노쿨링을 하면서 바다에 누워있다가 문득 ‘다시 돌아가면 광고를 진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해봐야지, 잘한다는 소리 들을 때까지’, 떠나고 나니까 광고를 하고 싶단 강렬한 생각이 들었다. 그 해 12월 말에 돌아왔고, 그렇게 지금까지 하고 있다.
광고의 매력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히, 진짜 막연한 거였다. 꿈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 그런 마음이었다. 그런데 동아리 활동도 안 했다. 참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을까 하면서 메이저 광고회사에 이력서도 넣고 면접도 봤다. 물론 다 떨어지긴 했지만.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매력은 ‘즉시성’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걸 바로 TV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 다닌다면 사업의 일부분만 참여하는 것이지만, 광고는 내 손으로 만들어서 즉시 볼 수 있는 그게 매력인 것 같다.
광고만으로 제품을 살릴 수 없지만 굉장히 creative한 직업이라 생각이 든다. 향정신성 직업이라 말하고 싶다.
취업에 대한 조언
나를 포함한 우리 선배들이 이렇게 만들어놓은 탓도 있지만, 신입의 문이 좁다는 것이 안타깝다. 강연 후 한 학생에게서 메일이 한 통 왔는데, 참 아쉽더라. 열정이 있는데 광고회사에서 신입을 뽑지 않으니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광고를 하고 싶으면 메이저 대행사에 욕심을 두지 말고, 시작하기를 바란다. 특히 카피라이터는 작은 부띠끄에서부터 시작해 경력을 쌓으면, 쉽게 점프 업이 되는 직업군이다. 요즘 너무 어렵다. 예비광고인 여러분의 실력을 낮게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카피 신입 공채는 정말 잘 안 뽑는다. 조금 멀지만 돌아가는 것도 정상을 향해 가는 방법 중 하나다. 그렇게 해서 큰 대행사로 가는 사람들도 업계에 많다.
mate communications
하루는 LG애드 재직 중에 친분이 있던 광고주와 코엑스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 메이트 관계자 분이 있었다. 본의 아니게 식사를 같이 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닌 대행사, 별 생각 안 하던 곳이었는데, 메이트 컴. 같이 식사를 하고 나니 너무 끌리더라.
다음 날 출근을 했는데 메일이 한 통 왔다. 메이트 상무님께서 보내신 메일인데 제목이 향기가 나는 사람이었다. ‘사람한테서 향기가 난다. 당신에게서는 내가 맡지 못한 향기가 난다. 광고를 향한 열정이라는 향기. 우리와 함께 해서 더 많은 향기를 내보지 않겠냐’는 내용이었다. 그 메일이 그렇게 감동적일 수 없었다. 지금도 나는 그 메일을 보여드리면서, 처음엔 이렇게 날 예뻐하더니 요즘엔 왜 이렇게 일을 시키냐고 한다.
메이트는 2001년에 오리콤 출신이 만든 회사다. 오리콤의 전략마케팅본부장을 지내셨던 분이 지금의 이동훈 대표다.
난 메이트가 좋다. 나와 잘 맞는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회사라는 점이 좋다. 첫사랑, 첫키스, 첫직장, 첫정 등 처음에 대한 감정도 있지만 조직에 대한 만족도는 지금이 좋다. 기획 16년차로 접어들면서 유혹도 많다. 그런 offer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메이트가 좋다. 정말 가족적인 회사다.
1년에 두 번은 직원끼리, 2~3년에 한 번은 직계가족을 모두 데리고 해외여행을 간다. 가족이 모두 동반 여행은 한번은 제주도, 한번은 싸이판 갔었다.
40여 명 정도의 작은 조직이지만 KB국민은행, LGT, 헤지스의 굿바이 폴 등 메이저 대행사들과 빅PT를 할 만큼 굉장히 인텐시브하게 돌아간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경쟁PT를 메이저들과 붙는다. 어찌 안 그럴 수가 있겠는가, 메이저 대행사들의 네임밸류를 뛰어넘으려면 우리는 150점 이상을 해야 한다. 우리는 병풍이 되는 PT를 싫어한다. 연도 끈도 없어서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한다.
하지만 업계에 우리가 과대평가 되어있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하하
메이트는 가족이다.
정말 와보면 안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상무님께도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감 있다. 공채도 꾸준히 뽑는다. 그리고 메이트 출신들은 다들 좋은 데로 갔다. 특히 제작은 더 그렇다.
회사는 신입을 한 명 뽑으면 급여 포함해서 9천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뽑냐고 묻는다.
이동훈 대표의 대답은 “새 피를 뽑아야지…”
쿠바 그리고 차베스 염
남미. 쿠바를 가기 위해 남미에 간 거다. 체 게바라를 좋아한다.
차베스염이라는 예명은, 감독들이 자기 이름을 안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명 그대로 올리는 것은 경직된 사고인 것 같다. 쿠바의 아바나대학에 가서 차베스(베네수엘라 現 대통령. 우고 차베스)의 연설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남미가 단결해야 더 잘 살 수 있다라는 내용의 연설이었다. 물론 스페니시를 완벽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재미 삼아 차베스라는 예명을 쓴다.
고3부터 광고만큼이나 체 게바라를 좋아했다. 97년은 체의 30주기가 되는 해이자, 양손이 없는 체의 유해가 발견된 해이기도 하다. (당시 볼리비아 정부군이 체의 죽음을 확인시키기 위해 그의 두 팔을 잘라 쿠바를 보냈고 97년 바예그란데 공항 인근 공동묘지에서 두 팔이 없는 체의 유해를 발견했다. 그 후 산타클라라로 이장되었다.) 혁명의 도시 산타클라라에 가서 체 게바라 무덤 앞에 절을 하고 남미여행을 시작했다.
공부와 광고
도서관에서 전공서적으로 공부하면 광고 못한다. 정보나 지식만으로 광고를 잘 할 순 없다는 의미다. 책, 여행 이것들은 시간 나면 해야지 하면 안 된다. 생활이 되어야 한다. 기획도, 카피도 경험만큼 나온다. 여행이 안 된다면 영화나 책과 같은 간접경험이라도 접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베스트셀러에 대한 관심이라도 있어야 한다. 젊은 친구들에게 “요즘 베스트셀러가 뭐니?”하고 자주 묻는다. 트렌드는 당연히 꿰고 있어야 한다.
AE가 말하는 CW
난 정말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한다. 전공서적 (꼭 마케팅 서적만을 읽으려 노력하지 말라는 거다. 그것만 보면 머리 아파서 책 읽는 습관이 없어지기 때문) 아니라도 일본소설! 얼마나 감성을 자극하는가, 좋은 부분 있으면 복사를 하든 포스트잇에 써놓든 스크랩을 해라. 카피라이팅을 한다면 좋은 말들을 많이 적어서 눈앞에 붙여놔라. 내 책상에 가보면 수많은 종이들이 붙어있다.
멋진 카피가 좋은 게 아니다. 담백하면서 임팩트 있는 카피, 일상 속에서 쓰는 카피, 진솔한 카피, 일반적, 멋 부리지 않는 카피가 멋있는 카피다. JR의 “당신은 그 역에 무심코 내리신 적이 있으신가요” 얼마나 대단하냐. JR 캠페인 카피의 백미는 멋 부리지 않고 담백하고 진솔한 접근이 얼마나 사람의 감성을 흔들어 놓는가 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캠페인도 잘 된 게 많지만.
골프 힘 빼는 데 3년 걸린다. 카피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어떻게 인사이트를 잡아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책 좀 읽었으면 한다. 카피가 낼 수 있는 힘, 광고는 카피가 다라고 생각한다. 좋은 감독, 광고주, 아트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 중 최고는 CW다. 카피가 잘못되면 광고도 잘못 된다.
자기관리
예전에는 진짜 밤샘을 잘했다. 3일도 새봤다. 물론 낮에 잠깐 눈 붙이는 정도는 했지만. 40일을 2시간씩 자며 생활한 적도 있다. 몸 관리를 잘한다. 사실 이 나이에 벌써 몸 관리 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뭐라도 안 하면 더 스트레스 쌓이니까 조금이라도 운동하려고 한다. 지금까지도 운동 열심히 하고 있다. 몸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다. (실제로 40대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탄탄함이 묻어 나왔다^_^) 익서스 광고 준비하면서 힘들어서 원형탈모가 생겼다. 그래서 요즘 머리를 기르고 있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도수가 없는 뿔테 안경도 쓰고 있다.
추천여행지
스페인 안달루시아, 세비아, 똘레도. 접근성을 생각한다면 동남아도 좋다. 그리스, 터키, 남미 특히 브라질과 멕시코.. 50개국을 여행했다는 그이기에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도 많았다. 유럽 중에는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추천한다. 회사 선배와 깐느에 일주일 동안 갔었는데 3일째 되는 날 내가 꼬셔서 스페인으로 갔다. 미리 한국에서 저가항공으로 티켓팅 해놓았었다.
열 정
새벽3시에 기획서를 끝내고 리허설 PT를 한 적이 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역시나 대행사 기획을 했던 아내와 술을 마시며 PT를 프레젠터를 한다는 게 왠지 내 수명을 깎아서 광고를 하고 있구나 그런 느낌이 든다라고 했었다. 십년감수라는 말, 정말 십년 감수하면서 광고한다. 지금도 그렇다. 40분 PT를 혼신을 다하면 겨드랑이, 등이 땀으로 젖어서 내 몸에 셔츠가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처음 대화를 나눠보지만, 편안하게 분위기를 이끄는 매력이 AE를 하면서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진정성의 세상. 사람을 만나는 base는 진정성이다. 손해 볼 수 있지만 진정성은 언젠가 알아볼 것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광고를 만든다
광고는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 난 사람을 좋아한다
예비 광고인들에게
광고, 아무나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전부가 아니다. 단순한 concept generating조차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 더 완곡하게 표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광고계는 취업의 문도 좁고, 살아남기 힘든 곳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정상에 설 수만 있다면 광고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없을 것이다
인터뷰 내내 국장님은 진짜 광고를 사랑해서 광고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빠집없이 들게 하였다.
광고를 사랑한다면, 광고를 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예비광고인들에게 지침이 되어 주신 국장님.
소주 한잔의 시간에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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