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ROBOROCK 캠페인을 처음 봤을 때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이래도 되나?"가 첫 번째 느낌이었고 "너무 좋다"가 두 번째 느낌, "저런 슬로건을 갖고 있는 브랜드의 일을 하고 싶다"가 세 번째 느낌이었습니다.
I LOVE ROBOROCK이 아니라 I HATE ROBOROCK이라는, 이 전대미문의 슬로건은 창작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아주 운이 좋게도 우리 팀에게 시즌2 제작 기회가 왔습니다. 일을 그렇게 반갑게 맞이했던 경험도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브랜드이자, 브랜드만큼이나 나이스한 광고주 여러분들 덕분에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습니다.
로보락 Z70이 로봇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그 엄청난 카리스마에 압도됐습니다. 마치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의 그 엄청난 변신 장면을 보는 것 같았죠. 신체 건강한 인간인 저도 그런데, 저 작디작은 먼지의 입장에선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이런 역지사지가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토이스토리처럼 인간이 없을 때만 그들의 세상이 펼쳐지는 상황이나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UFO에게 빨려 들어가는 상황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논의되다가 '납치'라는 키워드에 꽂혔고 로보락만큼이나 흡인력 있게 쭉 빨려 들어가는 스토리를 위해 모두가 아는 영화를 오마주 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제품이 등장하는 부분을 제외한 캐릭터 파트는 AI 기술로 제작했지만 AI로 만든 건지 몰랐다는 반응이 꽤나 있었고, AI로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하는 비법을 묻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AI로 인간을 표현하는 건 아직 어색합니다. 인간은 인간을 잘 알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AI로 생성한 동물이나 캐릭터를 보면 크게 어색한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만약 AI가 생성한 호랑이를 호랑이가 본다면 어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들은 서로의 얼굴도 구분할 테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AI가 생성한 호랑이에 크게 어색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캐릭터 역시 꽤나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호랑이의 예와 비슷한 이유겠지요. 캐릭터는 캐릭터 나름으로 생긴 거지 어떤 법칙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말하자면 AI 생성 비법은 "잘 안 되는 건 안 하고 잘 되는 걸 한다"입니다.
물론 잘 되는 걸 더 잘 하기 위한 노하우는 필요하겠죠.
이삿날, 오래 자리 잡고 있던 침대, 장롱, 소파 같은 큰 가구가 자리를 비키면, 마치 수천 수만 년 전의 고대 도시가 발굴되듯 거대한 세계가 드러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됩니다.
I HATE ROBOROCK 이라는 세계관에서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스토리들이 많습니다. 올가을 공개를 목표로 1편, 2편에 못지않은 아주 흥미로운 3편을 제작중입니다.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먼지들의 새로운 이야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