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겨울, 우리는 모두 차갑게 식은 국내 경기와 초유의 정치·사회적 갈등 속에서 많은 것을 바라기보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별일 없고, 무탈하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피부로 느끼던 때였죠. 제주삼다수의 신규 캠페인을 맡았던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우리가 믿는 물’의 세 번째 캠페인이었습니다.
무슨 비타민처럼 대단한 성분이 든 것도 아니요, 새콤달콤 음료처럼 어떤 맛이 있는 것도 아닌 무색무취 무미의 물! 이 물 한 병에 담긴 ‘믿음’의 가치는 뭘까?
몇 해 전 대한민국을 강타한 생수 수질 부적합 사태에도 당당하게 무해함을 증명했던 제주삼다수! 제주 천혜의 자연이, 제주개발공사의 철저한 노력이 이토록 애써 지켜온 것은 별일 없고, 걱정 없는 그러나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통의 일상이었습니다!
그 겨울, 우리의 보통을 지켜주는 제주삼다수가 참 보통이 아니게 느껴졌습니다.
올해만큼은 품질에 대한 설득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대신, 사람들 마음속에 물처럼 스며들고 싶었죠. 스며들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노래’입니다.
때마침 기획팀 인턴이 ‘좋아마시’라는 제주도 동요 한 곡을 찾아왔습니다. 이때부터 모든 제작 과정은 물처럼 순조롭게 흘러갔죠. (그랬을 리가!)
모델의 역할도 다소 바뀌었는데요, 그동안은 모델들이 소위 ‘엔도서(endorser)’로서 물에 대해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이번만큼은 제주삼다수를 마시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감이 주된 역할입니다. 호불호 없이 제주삼다수만큼이나 맑고 청량한 느낌의 박보영 님이 등판했습니다.
제주 곳곳을 여행하며 마주치는 사람들과(등장하는 부부, 어부, 학생들 모두 실제 제주 토박이랍니다.) 반갑게 손 인사를 하며 “좋아마시~”를 외치는 「봄인사 편」을 필두로 캠페인은 시작했습니다. “좋아마시”는 제주 방언으로 “좋아요!”라는 뜻이죠.
이번에 명예의 전당에 오른 「여름바다 편」은 돌담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미는 아기 인플루언서 태하의 등장이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목이 말라 하는 박보영에게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물을 건네는 스윗함! 게다가 30살이 넘는 나이를 극복하고 “누나”라고 부를 때, 많은 랜선 이모들이 심쿵했다는 댓글들이 눈에 띕니다.
이렇듯 이번 캠페인은 메인 모델 한 명이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제주삼다수를 좋아하고 마시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담고 있습니다.
TV 광고뿐 아니라 디지털에서는, 물에 관여도가 높은 분야인 요리, 육아, 운동을 주제로 급식대가, 태하네, 김민지 선수의 “좋아마심” 캠페인이 펼쳐지니 이 또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카피로 담아 내지도 않았는데, 많은 소비자가 이번 삼다수 캠페인을 #아보하 #무해력과 연결 지어서 바라봐 줬습니다.(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 무해력은 귀엽고 순수해서 존재만으로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을 뜻하는 트렌드 용어입니다)
캠페인 기저에 깔아 둔 저희의 뉘앙스가 톤앤매너만으로도 전해졌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기쁠 수 없습니다.
넘쳐나는 자극적인 콘텐츠들과 살벌한 뉴스들 틈바구니에서 ‘아보하’를 꿈꾸는 분들께 잠시나마 눈과 귀가 편안한 15초가 되었다면, 그 또한 기쁨입니다.
이제 담담히 또 다음 캠페인을 위해 심기일전해야 하겠지요. 다시 시작될 물처럼 순조로운(?!!!) 그 모든 과정을 생각하니 입이 바짝 마릅니다.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제주삼다수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많은 분들과 광고 한 편으로 마음이 통할 수 있다니, 난 아직도 광고가 좋아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