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의 길을 묻다
간단명료한 메시지 전달력
김병희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 kimthomas@hanmail.net) 출처 : 광고정보 | 사진 박정훈
최창희가 생각하는 광고 창의성의 개념은 ‘간단명료한 메시지 전달력’이다. 이때 간단명료한 메시지 전달력을 뒷받 침해주는 원천이 상관성과 놀라움이라는 것이다. 그의 광고 창의성 개념은 물론 그가 새롭게 제시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주어진 현실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선배 광고인의 진정어린 충고를 곱씹어보며 자신의 일상과 앞으로의 인생을 곧추 세워볼 필요가 있겠다.

재야의식이란 보편적 관행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광고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단절(disruption)의 맥락에 곧바로 연결된다. 기존 질서로부터의 단절이란 무엇이겠는가? 광고의 삼각형(상품, 시장, 소비자)에서 기존의관습을 뒤집은 다음 이전의 방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생각을 담아내는 도전정신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단절 의식으로 무장하는 비판적 정신이 광고 창작에 임하는 절대적 자세는 아닐지라도 창의적인 결과물의 완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 지금 회사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어떤 부분인지요?
제가 TBWA에 있을 때와 달라진 것은 자유로움입니다. 크리에이터들한테 가장 소중한 것이 자유인데, 외국계 회사가 좀 더 자유스럽기는 하지만 독립해서 크리에이터끼리 모여 회사를 꾸려가니까 훨씬 더 자유로움이 커진 거죠. 아이디어 선정하는 것도 그렇고, 하기 싫은 광고는 안 해도 되구요. 실제로 회사가 너무 커져버리면 그런데서 자유롭지 못한데, 이런 면에서 지금의 회사 규모가 적절하다고 봐요. 오직 비즈니스나 영업만을 위한 광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로움도 있어요.

>> 그 자유를 광고주와의 관계에서도 누리시는지요? 광고주로부터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해달라고 요청 받았을 때 거절하기도 쉬운 일은 아닌데, 비딩에 참여하지 않을 자유도 누리시는지요?
아무리 작은 광고주라도 저희하고 맞는다고 생각 되면 참여합니다. 회사나 브랜드의 명성보다 광고주가 우리하고 얼마나 맞느냐 안 맞느냐를 제일 우선적으로 검토하죠. 아무리 광고비가 많다고 해도 광고주가 저희하고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아예 비딩에 참여하지 않아요.

>> 엄청난 자존심인데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죠, 뭐. 광고회사의 목적이 뭐냐는 회사마다 다를 수 있는데, 저희는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요. 그러니 광고비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그런 다름이 있어야지요. 끊임없이 비딩 의뢰가 오지만, 끊임없이 거절을 합니다. 큰 광고주를 욕심 안 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 브랜드나 광고주가 우리한테 맞을까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니까 본의 아니게 실례를 범할 때도 있어요.

>> 광고 창작자들은 AE 말을 너무 잘 들어줘도 본인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고 너무 안 들어줘도 문제인 듯합니다. 처음에 굉장히 잘 나가다가 중간에 망가지는 사람들도 많구요. 앞으로 광고인생을 20~30년 계속 해야 될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시죠.
자신이 만들어 성공한 광고가 자기 실력 때문인지, 상을 많이 타서 그런 것인지, 연출력이나 모델 덕은 아닌지, 아니면 당시에 경쟁 상대가 없어서 그런지, 운이 좋아서 그런것인지, 팀 전체나 광고주가 잘했던 거고 자신은 그냥 편승한 게 아닌지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잘 나가다가 잠시 슬럼프에 빠질 수 있지만 슬럼프가 오래간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과대평가해서 잘 하려고 힘이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광고에서도 힘을 빼야합니다. 그 다음에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해요. 광고를 만들 때도, 자기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평가에서도, 욕심을 버릴 때 더 큰 욕심이 생겨요. 본인 스스로 실제 생활에 있는 관습적인 것을 없애려는 노력을 습관적으로 하고, 항상 의심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가 그동안 한 일은 많다. 저 유명한 다시다의 ‘고향의 맛’ 캠페인을 7~8년간 진행했으며, 초코파이 ‘정’ 캠페인도 일부 진행하였다. 음료 광고에서 이성적 소구법을 시도한 게토레이 광고나, 카파, 세이코, 투유 초콜릿, SM5 자동차, SK텔레콤 등 여러 브랜드의 광고 창작에 직접 관여했다. 광고인으로 평생을 살면서 주목할 만한 캠페인을 3개만 가지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지만 그의 포트폴리오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화려하다. 그는 처음부터 이런 화려한 이력을 내다보았던 것일까? 그의 젊은 날로 돌아가 보자.

통합 마케팅 시대에 미디어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광고의 효과가 갈수록 약해지지만, 여전히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에요. 아이디어 바이러스를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좋은 아이디어 바이러스를 만들면 미디어로 급격하게 확산되니까요.

최창희 사장이 직간접적으로 제작에 관여했던 작품들.

>>애초에 광고를 하기 위해 미술대학에 진학했다고 하셨는데, 당시 통념으로 봐서 정말 뜻밖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남과 다르게 선택했을 뿐입니다. 남이 안 하는 것을 하되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죠. 제일 첫 번째가 남이 안하는 것, 두 번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 세 번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흔히들 잘못하는 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요. 노래 좋아한다고 해서 다 가수가 될 수 없듯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남이 안하는 것, 그중에 또 잘하는 것, 그 다음에 좋아하는 것, 이런 것들이 맞아 떨어지면 좋은 선택이라고 봐요.

>>광고계에도 그런 기준들이 적용될 수 있는지요?
물론이죠. 광고 중에서도 남이 안 하는 영역이 무지 무지 많은데 다들 하기 싫은 거지요. 쉽게 말해서 아트디렉터가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에서 예쁜 아트간판을 만들어 소문나면 하나에 몇 백에서 몇 천 만원씩 받을 수 있어요. 크리에이티브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안 하려고 해요. 왜? 쪽팔린다 이거지요. 그런데 그 일에 매진하면 나중에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히 있어요. 간판은 우리나라의 도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입니다. 카피라이터의 새로운 영역도 엄청나게 많아요. 커머셜 카피나 신문광고 카피만 고집하지 말고 우편 판매 광고의 카피처럼 세일즈가 크게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을 찾을 수 있겠죠.

>>기획, 창작, 광고주 등 광고계의 여러 분야를 거치셨는데 이런 저런 외도 경험이 광고의 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셨는지요?
크리에이터였다가 AE도 하고 삼성자동차라는 광고주에도 있었지만, 사실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열정을 단 한번도 놓은 적이 없어요. 처음에는 크리에이터의 롤과 기획의 롤이 분화되지 않은 탓에 광고주의 영향력이 가장 컸어요. 그 다음에는 기획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기획자의 영향력이 커졌는데, 이제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가장 커진 시대가 됐어요. 그런 추세를 잘 따랐다고 봅니다.

>>광고 창작자의 시대가 됐다고 어떻게 확신하세요?
옛날만 하더라도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광고회사에 마케팅 리서치가 도입되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획의 입장이 강조됐는데 그들이 광고주의 마케팅 부분을 대신하면서 전략적 부분이 훨씬 중요해졌으니까요. 이제는 광고주의 마케팅 부분이 새로운 전략을 주도하죠. 광고회사는 오로지 크리에이티브에 매달려야 하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해요.

>>광고회사에서 브랜드 컨설팅이니 뭐니 하면서 종합선물 세트 식으로 광고주에 대한 서비스를 하기보다 크리에이티브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하라는 말씀으로 들리는데, 앞으로 크리에이티브 에어의 비전이랄까 지향점은 무엇인지요?
아이디어 컴퍼니죠. 나중에 시간이 흘러 광고회사로 남건 아니면 어떤 회사가 되건 아이디어 컴퍼니가 되어야한다고 봐요. 통합 마케팅시대에 미디어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광고의 효과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에요. 아이디어 바이러스를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좋은 아이디어 바이러스를 만들면 인터넷으로 확확 급격하게 확산되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UCC 광고가 문제가 될 텐데 장점보다 장애요인이 훨씬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봐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UCC(User Created Contents) 광고가 갈수록 많이 늘어날 텐데 우려하시는 특별한 근거라도 있는지요? 수용자의 참여 기회를 늘리는 긍정적 입장에서 보는 학자도 있고, 위험스럽게 보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아직 저작권하고 큰 관계가 없으니까 마음대로들 만들고 있는데, 제작비 문제 때문에 주로 기존의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해요. 그렇게 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강하고 세고 야하고 악랄한 내용 위주로 유통될 가능성이 많아요. 대강 스토리 만들어 뭐 집어넣고 하겠지만, 나쁜 것 일수록 훨씬 더 바이러스가 빨리 확산돼요. 좋은 아이디어 바이러스에 나쁜 바이러스가 붙어버리는 거예요. 그럴 경우에 과연 어떨까요? UCC 광고에 광고주나 크리에이터들 모두가 관심이 많은데, 과연 의도하는 대로 되겠어요? 크리에이티브 시대를 맞이하여 광고회사가 이것저것 건드리지 말고 광고 창작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광고회사의 본질적 기능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아이디어 바이러스라는 퍽 재미있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좋은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스멀스멀 침투해들어가 그들의 생각을 바꾸게 한다는 점에서 메시지의 파괴력과도 연결이 된다고 하겠다. 빠르게 확산되는 아이디어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콘텐츠를 손쉽게 차용하거나 패러디하는 것만으로도 UCC 광고가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점 역시 깊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새로운 매체 유형이 나오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경향이 많다. 한동안 전자책(e-book)이 종이책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이라며 열을 내던 전문가나 언론들이 있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종이책이 대세이듯이, UCC 광고 문제도 냉철하게 바라보며 예상되는 역기능을 사부자기 묵살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B-BOY 모델이 인기를 끄니까 다 따라 하고 그러는데 그런 광고는 획일화된 패턴이라고 할 수 있어요. 광고에 있어서 상상력의 빈곤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죠. 상관성과 놀라움이 중요하다고 앞에서 말씀하셨는데, 광고 창의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명함만 카피라이터다, 아트디렉터다, CD다 해봐야 남의 것을 따라하면 성공할 수 없어요. 상관성(relevance)과 놀라움(unexpected)을 만드는 것이 빅 아이디어이고, 광고인은 심플한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광고 창의성이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심플한 메시지 전달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요.
>> 부장이나 부국장 시절 심플한 메시지를 위해 노력한 비책이 있는지요?
비책이 어디 있겠어요? 그냥 영혼이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뭔가 틀렸고 문제가 있는 것을 뛰어넘는 것이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다 뛰어넘는 거죠, 뭐. 기대하지 않던 놀라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데 찾아보면 훨씬 중요한 것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회사들이 많이 나타나야 우리나라 광고의 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미국을 보더라도 미디어 에이전시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가 분리되고 AOR(Agency of Record)이 늘어나는데, 우리나라만 지금 이러고 있어요. 몇몇 크리에이터들이 힘을 합쳐서 자기들이 좋은 광고를 만들면 회사가 되는 거죠. 봉급생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먹고 살 수 있어요. 용기와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라면 당연히 나와서 해야죠. 젊은 크리에이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고, 그들이 노력한 만큼 잘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우스에이전시에서는 재능에 따라 연봉이 크게 안 벌어지잖아요. 나와서 자기회사를 만들어야죠. 그렇게 순환이 되어야겠죠. 저 역시 젊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재능에 따라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세상이 이미 왔으니 해보라고 힘과 용기를 주고 싶고, 필요하면 도와주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2, 3, 4의 크리에이티브 에어가 자꾸 나타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광고회사는 크리에이티브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광고회사에서 매체, 마케팅, 프로모션, PR 등 이런 저런 서비스를 다 하겠다는 의욕의 과잉이 오히려 광고회사의 경쟁력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그는 광고 회사에서 엉뚱하게도 브랜드 컨설팅을 하는 바람에 크리에이티브는 크리에이티브대로 빛을 보지 못하며, 종합이라는 단어가 붙은 광고회사가 아무리 대단해도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광고 창의성 전문가로 구성하여 경쟁력도 세분화하는 데 광고회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으며, 이렇게 되면 우리의 광고 경쟁력도 저절로 올라갈 것으로 보았다. 그가 생각하는 광고 창의성의 개념은 ‘간단명료한 메시지 전달력’이다. 이때 간단명료한 메시지의 전달력을 뒷받침해주는 원천이 상관성과 놀라움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정보의 혼잡 현상으로 광고의 메시지 효과가 갈수록 약해지는 상황에서 간단명료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그의 광고 창의성 개념은 물론 그가 새롭게 제시하는 개념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광고 아이디어가 기본 요소의 새로운 조합이듯이, 그 역시 이전부터 있어왔고 우리들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동안 깜빡깜빡 잊어버리기 쉬운 요소들을 조합하여 자신의 광고 창의성 개념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주어진 현실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선배 광고인의 진정어린 충고다. 앞으로 우리 광고 창작자들은 주어진 현실을 모두 수용하며 어금지금하게 버티고 인정하기보다 재야의식으로 무장한 그의 생각을 자주 곱씹어보며 자신의 일상과 앞으로의 인생을 곧추 세워볼 필요가 있겠다. 박차고 나가 자기회사를 차려보라는 저 유혹적인 제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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